오늘도 당신에게, 책을 보냅니다.
그곳에, 나의 마음은 닿을 수 있었는지요?
"이전에 배송 부탁했던 책이 도착하지 않고 있습니다. 배송은 어떻게 되고 있는 건가요?"
"죄송합니다. 귀하께서 부탁한 책은 현재-"
지구를 반 바퀴를 돌아, 마음을 전하는 이야기
'띵동.'
"배달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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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3일. 날씨는 맑음. 이런 시시한 단어만으로 글을 시작하는 나는 작가를 지망하는 어중이떠중이 작가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작은 방 구석에 앉아 만년필로 원고지에 끼적거리고, 가득 찬 쓰레기통에 종이를 던져넣는 데 전문가가 된 그런 사람이다.
매일같이 통장을 바라보며 아연실색하고, 자신의 소설이 어떻게 평가받는지 알고 싶어서 출판사 정문을 기웃대고, 우연히 알게 된 편집자 형에게 사정사정해서 광고 카피 일이나 얻어내는 그런 시시한 인간이, 바로 나다.
글은 적당히 쓸 수 있고, 자만은 아니지만 대학 시절 교수님에게도 칭찬받은 적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스토리다. 스스로도 깨닫고 있는 일이지만 재밌는 스토리를 쓴 적이 없다.
어떻게 하면 마음에 와 닫는 재미있는 소설을 쓸 수 있는지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다.
변변찮은 문예상조차 하나 없이, 언제나 필력이 아깝다는 말만 듣고 있었다.
꿈을 쫓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라고, 노력하는 한 언젠가 꿈이 다가온다는 말을 믿고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었건만, 슬슬 자신의 꿈에 회의가 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벌써 결혼해 한 가정을 꾸려가는 동기도 있고, 열에 아홉은 이미 취직해서 번듯한 직장에서 수입을 벌고 있는데, 나는 이러고 있어도 되는 걸까.
하루하루 아르바이트와 3류 중소기업의 카피라이터에만 만족하면서 살아도 되는 걸까?
하나뿐인 자식을 믿고 꿈을 응원해 주던 부모님께서도 슬슬 단념하려고 하시는 스무 살의 중반이 넘어가던 날이었다.
"살아 있냐? 살아 있으면 대답해라.살아 있지 않아도 대답해라."
"살아 있으니까 전화를 받았겠죠, 형. 그래서 무슨 일이에요?"
드러누운 채 건성으로 대답한 전화는 평소와 같은 안부전화가 아니라 두 달 만의 일 관련이었다.
특수 카메라를 제작하는 벤처기업에서 광고에 쓸 만한 카피라이트를 부탁했다는 단순한 내용인데다 보수도 별 것 없는 금액이었지만 나에게는 거절할 순 없을 정도로 좋은 이야기었다.
이런 벤처기업은 광고문구를 가진다는 점 하나에 집착하기 때문에 평균보다 높은 대우를 해 주는 경우가 대부분인 데다가 광고주가 카피 하나하나에 불평을 가질 리가 거의 없기 때문이었다.
나도 이 바닥에서 꽤 오래 굴렀다는 걸까. 당연한 듯이 승낙하고 내일 편집자 형의 사무실로 나가기로 약속한 뒤 전화를 끊었다.
누운 채로 바라보는 천장에는 백열등이 여름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끊어저 내 배 위로 떨어져 내릴 것 같은 모습이 마치 나랑 같아서, 쓴웃음만이 입가로 새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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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맡아 주시는 거죠? 감사합니다!!"
다음 날, 찾아간 편집실은 줄초상이라도 치른 듯 퀭한 풍경이었다. 다크서클을 몇개나 덧그린 인간이 사방에 널려 있는 풍경은 마치 얼마 전
에 친구 집에서 했던 좀비 게임을 방불케 했다. 그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거대한 다크서클을 얼굴에 그린 편집자 형은 위에 구멍이라도 뚤린
듯한 표정으로 이쪽으로 질주해 왔다. 진짜, 좀비 게임의 보스 캐릭터라고 생각될 정도로 섬찍한 모습이었기에 손에 들고 있던 문고본 책으
로 얼굴을 두드려팼지만 그 정도는 평소의 우정으로 극복할 수 있는 사건사고였다고 생각한다.
"...정말, 무슨 일인지 알려 줘, 형."
마치 구세주라도 나타난 듯이 살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편집국원들을 무시할 수도 없고, 가장 해탈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던 형의 입에
억지로 커피를 부어넣으며 물어보았다. 사실, 내가 일을 선택할 수 있는 신분도 아닌 데다가, 일이라면 뭐든지 궁한 상태이기도 했으니까.
뭐, 이 베테랑 편집실을 여기까지 몰아넣는 카피 일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상상이 가지 않긴 하지만 말이다.
들은 이야기는 생각보다 별 것 아닌 이야기었다.
기술만을 모토로 삼고 있던 벤처 기업의 연구소장이 연구소장협의회에서 본 다른 연구소장의 명함에 적인 멘트를 보고 컬쳐소크를 받아 자신
들도 무언가 카피라이트가 있어야 하겠다는 것이 이야기의 시작이었다. 그래서 광고회사에 카피라이트를 의뢰를 했고, 처음으로 카피를 받은
게 지난 주였다. 그 때까지는 아무런 문제 없이 원활하게 끝날 줄 았았다고 했다.
문제는 지난 주의 미팅에서 그 연구소장이 불같이 화를 냈다는 것이었다.
적당히 중2병에다 멋진 느낌만 강조하는 카피를 적었더니 바로 "이런 걸 맡기려고 돈을 준 게 아닙니다!"라고 소리질렀다고.
벤처 기업의 연구소장이면서 꽤 문학 작품에 조예가 깊어 왠만한 카피라이트는 바로 아웃을 내버린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날 부른 거야? "
"그래. 우리 회사도 카피문구 전문은 있지만 전부 퇴짜맞아서 외부인력 중에서 가장 싼 너를 고른 거지."
잔인하게 칼로 후비는 듯한 말이었지만 부정은 하지 않는다. 한 일에 몇백만 넘게 받아가는 전문 카피라이터의 십분의 일만으로 어느 정도
성과가 나오는 나를 고르는 건 나에게는 약간 슬프고 잔혹하기까지 한 말이지만 회사로써는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처음에 이 회사를 선택하
게 한 경쟁사의 카피 자체가 내가 작업한 일이었다고 하니 의외로 적임일지도 모른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진짜냐.
"무슨 소리인지는 알겠는데, 내가 적은 카피라이트 보고 실망할 가능성은 진짜 높지 않아? 단지 우연이고."
"그렇지만 너도 안된다면 우리 회사에서는 손 놓으려고 결정할 생각이니까, 거리낌 없이 일하기만 하면 돼. 네 실력은 우리가 알고 있고."
"…………이 이야기, 만약 내가 거절하면 어떻게 돼?"
"어쩔 도리가 없게 되지."
입으로부터 영혼이 삐져나올 것처럼 보이는 형은 살아있는 시체 그 자체였다.
"....알았어."
되돌아보면, 나에게 닥친 상황이나 책임감보다는, 동정심과 공포가 더욱 앞섰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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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강조할 만한 이미지와 회사의 일에 대한 개요를 듣고 싶습니다만...."
"일단 회사의 이미지는 빛과 같은 느낌입니다. 특수 카메라를 다루면서 순간순간을 찍는 이미지를 구체화 할 수 있는 카피가 필요한데..."
"컬러는 옐로우가 좋죠 옐로우. 빛이라면 자고로 노란 색 아님까?"
"하지만 벤처기업이라고 해도 나름 지위도 있고, 꽤나 품위있는 디자인을 원하고 있단 말이지..."
종이에 수많은 생각과 말을 하나하나 받아적어가면서 멘트를 생각한다. 원래 카피라이트라는 것 자체가 이렇게 대강대강 끝낼 수 있는 업무
가 아니긴 하지만 나란 인간은 오래 생각할 수록 망치기만 하는 인간이다. 이 정도가 딱 맞는 어수선함이다. 이런 일이 한두 번 있는 것도
아니고, 생각보다 너무 자주 있는 것 같아 불안하긴 하지만.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적당한 카피를 잡고, 내일 다시 만나 회의하기로 약속을 잡았다. 줄초상인 처음 분위기와는 달리 조금은 밝아진
듯한 공기를 뒤로 하며 사무실을 나섰다. 후텁지근한 여름 바람이 불어와 당장이라도 에어컨이 켜져 있는 사무실로 귀환하고 싶은 마음이 들
었지만 억누르고 거리로 향하는 계단을 내려선다. 왠지, 오래간만에 생각없이 책을 읽고 싶어, 책방으로 발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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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의 책방은 츤데레 책방이 아닙니다. 그냥 책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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